그대 음성 빗소리에 오면
고향에 가는 길은
개발이라는 명목하에
온 길이 다 파헤쳐지고
자꾸만 낯설어지고 서글퍼지는구려.
비가 오려나보오.
길을 가면서 하늘을 쳐다보고
당신의 얼굴을 떠올리는데,
구름이 몰려와 서글퍼게 하는구려.
찾아간 자리는
모두가 녹이 쓸고, 황량한
바람만 일고 있는 텅빈 공장들
눈물과 아픔이 날리는 비닐처럼 다가오고...
어떤 이는 땅을 팔지 않겠냐며,
옆에서 추근대고,
아직은 아니니, 나중에 값을 올려 받겠다고 하니,
실망하는 얼굴로 돌아서 가고...
해운대 바닷가의 사진을 다시보고
확대해서 다시 보고
사진을 한장 한장 잘라내며
그대 얼굴 만지듯 모양을 다듬어보았소.
당신이 보고파
그래도 사진 보고 위안을 찾지만,
왜 그리도 허전한지..
당신을 두고도 같이 있지 못하는 아쉬움에 돌아오고...
자꾸만 초월해야지 하는
그 안타까운 마음에
당신을 향한 열정이 식어버리지는 않을까
걱정하며, 걱정하며 하늘을 쳐다보오.
사랑하는 맘이야,
사랑하는 믿음이야 세세토록 가시진 않겠지만,
떨어져 있는 안타까움을 못내 참다보면
그대 가슴 느끼는 뜨거움이 삭아내리진 않을까...
그것이 두려워
두려워서 자꾸만 당신을 찾고 싶어도
쉽사리 그대 음성마저 듣기 힘든 시각에는
정신병자 처럼 뒤척이며, 괴로워하는 밤.
외로움에 지쳐
괴로움에 뒤엉켜 가는
삶의 뒷골목에서 홀로 우는 날이 많아져
기인 밤새 마냥 아침만 기다리게 되는구려.
오늘 밤에도 비가 오려나보오.
그대는 쉬이 잠들 수 있겠으나,
나는 오늘도 거실에서 빗소리에 젖어
술에 젖어 그대의 음성처럼 젖어 잠이나 들겠소.
그대 음성 빗소리에 오면
그대 가슴 빗줄기에 젖어
흠뻑 껴안고 취하고
그대 온 몸을 감싸고 빗소리에 잠이나 들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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