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철(노송)의 시집

송정(역)에서

기억되는청춘 2015. 7. 11. 08:00

 

송정에서(연작시)

                             윤주철

 

1

아침바다를 흔들어 깨우는

동해남부선 새벽열차

새록새록

바람에 잠들었다가

여명 맞이에 나선다.

 

동해남부선

여명이 걸어오던 길

비에 젖어 운다.

붉은 아침을 못본 채

빗물에 젖어 운다.

 

철길 위에 쌓인 추억의 편린 들

세월은 오고가는 열차의

팔십평생 이야기와 메고 온 시장보따리

열차의 삼등 칸에서

닳아가는 철목따라 시간에 묻혀간다.

 

 

2

새벽 4시 40분.

 

동해남부선 열차는 새벽닭을 깨운다.

밤새 파도소리에

밀려왔다 밀려가며 잠을 설치고

열차는 그저 파도를 쓸어안고

세월의 긴 꼬리를 남기며

떠나고 돌아온다.

작은 송정해변

길게 늘어선 해변 페이브먼트가에는

지친 육신들의 자화상

 

3.

 

9월의 작은 송정해변에는

깊은 밤이없다.

해변도로 네온싸인과 동해남부선 발자욱에

해변은 늘 깨어있다.

그래서 깊은 밤을 지나 찾아오는 새벽은 없다.

그러나 수평선 위로 내미는

아침의 동안은 아름답다.

밤새 바람과 파도와 싸우고 항구로 돌아와

그물을 터는 멸치잡이 어선처럼

일출에 호흡하며 산통을 겪는 산모처럼

일출은

그렇게 새 생명으로 두둥둥 태어난다.

 

4.

 

새벽 5시 55분 일출 전.

 

차량과 사람들이 해변도로에 하나 둘씩 운집한다.

아침을 맞이하고 일출의 찬연함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그렇 듯 아침일출은 부지런히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의

몫이며 희망의 돛을 달고 출항하는 어선과 함께

역사를 기록하는 사람들의 몫이다.

 

아침은 그렇듯

한아름 미소담은 파도에

내 가슴 온건히 적셔 깨우고

기다림에 젖은 영혼은 바다에서 출렁인다.

어제를 지나 오늘에 만나는 동해남부선

송정역 아침바다에서 일어서는

윤회, 삶.

 

 

5.

밤 11시 25분

부산으로 향하는 마지막 밤열차

멀리서 땅바닥을 콩콩콩 노크하며

마지막 침묵을 위하여 가슴으로 찾아옵니다.

가까이 더욱 가까이 다가와 가슴을 두드리고

가쁜 호흡을 내쉬며 흘연 듯 지나갑니다.

 

사춘기 그때.

짝사랑하던 그녀 앞에서

어쩔 줄 몰라하며 가슴 콩닥이던 그때 떨림처럼

마지막 밤 열차는 내 가슴에서

작은 바다 위를 지나갑니다.

 

 

2010. 09월 송정에서 연작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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